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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올림픽반대연대는 가해 프레임의 무원칙적 확장과 선택적 배제를 멈춰주십시오


#1 사건 개요

 

저는 도쿄와 서울에서 불안정 계급/세대의 도시 운동에 참여하며 연구를 하고 있는 연구자-활동가입니다. (이하 3인칭으로 서술되는 문맥 속에서는 D라고 칭하겠습니다.)[각주:1]

 

저는 2018년 11월 22일 도쿄의 한 공원에서 세 운동 단체의 공동주최로 열린 영화제에 참여했습니다. 평소 연대하던 현장이었거니와, 연대단체 중 하나인 네루카이기 (잠자는회의)에게 통역을 위해 와달라는 요청을 받아서 간 것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벤트 전에 저는 현장을 떠나줄 것을 요청받았습니다. 당시 주최 단체 중 하나였던 한국의 평창올림픽반대연대 소속 활동가 A씨가 저를 보더니 불안을 호소하며 제가 있는 현장에서는 행사진행이 어려우니 “돌아가 줄 것"을 현지 주최 단체 하나인 한고린노카이 (반올림픽회)를 통해 요청했기 때문입니다.[각주:2] 이후 제가 2017년 서울에서 열린 국제연대 행사 <노리미트 서울>에 참여한 것이 이유였음을 확인하게 됩니다. (이에 대해서는 뒤에 자세히 설명하겠습니다.)

 

사건 후 저는 평창올림픽반대연대에게 당시 일에 대한 해명과 사과를 요청하는 글을 보냈습니다. 특히 <노리미트 서울>에 참여한 것이 공개행사에서 배제당할 이유가 되는가. 설령 그렇다 해도 어째서 나에게만 이런 식의 배제가 일어나는가에 대한 설명을 요청했습니다. (평창올림픽반대연대의 멤버들은 <노리미트 서울>을 만들고 참여한 여러 단체/개인과 한국의 여러 운동 현장에서 마주치거나 협력해왔습니다. 적어도 공개행사에서 배제가 있었다는 이야기는 들은 적이 없습니다.)

 

그러나 한달 반을 기다린 뒤에 받은 답신에 제가 보낸 질문에 대한 대답이나 사과는 없었습니다. 답신은 애매한 문장들로 이루어져 있는데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전문은 뒤에 있습니다.)

 

우리 동료 A는 일본에 가기 전부터 노리미트 관련 가해자들을 만날까봐 불안해했는데, 행사장에서 당신을 마주쳐서 극심한 불안과 고통을 호소했다. 그런 상황에서 우리 측 동료를 보호하기 위해 참가범위를 제한하는 건 당연하다. 우리에겐 어떤 대의 명분보다 동료 보호가 우선이기 때문이다. 당신은 <노리미트 서울>의 행사 중 하나를 주최했다. <노리미트 서울> 문제는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 강조하건데 우리는 강간문화와 가부장제에 타협하지 않고 맞서겠다.

 

참고로 말하자면 A씨와 저는 개인적인 관계가 거의 없습니다.[각주:3] 대체 왜 A씨가 저를 보고 불안과 고통을 호소했다는 건지 전혀 알 수가 없었습니다. 물론 불안에 언제나 논리적인 근거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므로 불안을 호소하는 사람이 있어서 당시 저를 행사장에서 “분리"하는 것이 불가피했다면 이후 그에 대해 설명하고 양해를 구하거나 필요할 경우 사과하면 되는 일입니다. 그러나 당시 벌어진 일에 대한 설명이나 사과는커녕 저를 “강간문화/가부장제”에 동조한 사람으로 프레이밍 하며 앞으로도 같은 행동을 하겠다는 식으로 쓰여진 답신을 받고 저는 극심한 모멸감과 함께 두려움을 느꼈습니다. 평창올림픽반대연대가 저라는 한 개인을 이렇게까지 적대시하는 이유를 알 수가 없었습니다. 게다가 평창올림픽반대연대의 활동공간/영역/네트워크가 제 활동과 여러 차원에서 겹쳐 있기 때문에 저는 여러 곳에서 실질적으로 이전과 같은 활동이 불가능한 상태에 놓였습니다.

 

사건에 대한 공론화를 통해 스스로를 보호해야 한다는 마음과 공론화했을 때 더 큰 상처를 받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사이에서 우왕좌왕하고 있을 때, 대화가 가능할수 있도록 중재를 해보겠다는 분이 나섰기에 중재를 구했습니다. 가해인으로 지목하는 듯한 선언을 들은 상태에서 시도할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습니다. 그러나 두 달 이상의 기다림 후 평창올림픽반대연대로부터 받은 답변은 중재의 거절이었습니다.

 

 

#2 공론화를 하는 이유

 

도쿄에서의 영화제 당시 현장에서 저는 A씨와 함께 온 한국의 활동가(남성)에게 “대체 지금 왜 이러는건지" 물었습니다. 그는 “D가 잘못했다기보다, OO (<노리미트 서울>에 참여한 도쿄의 한 커뮤니티)에 대한 문제의식이라는 측면에서 D와 A간의 의식차이가 큰 것 같다. 한국이나 일본에서 미소지니(여성혐오)의 문제가 워낙 심각하니까”라며 말끝을 흐렸습니다. 물론 한국/일본의 여성혐오를 포함한 소수자혐오는 심각한 문제이고, 운동 내부에서도 소수자혐오는 여전히 (무의식적으로, 혹은 몸에 새겨진 형태로) 작동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혐오를 생산하는 사회와 싸우는것, 운동 내부의 소수자혐오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문제제기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합니다. 하지만 그 순간 저는 여성혐오자로서 단죄되고 있었던 것입니까? 만약 어떤 운동 단체가 자신들과 다른 생각/방식을 가졌다고 판단되는 사람을 (어떤 대화의 과정도 없이) 여성혐오자, 혹은 강간문화의 일부로 낙인찍고 배제한다면, 그것은 어떤 의미에서 운동이 될수 있습니까? 저는 <노리미트 서울>에 참가할 당시 OO에 대해 아는바가 전혀 없었으며, 그에 대해 평창올림픽반대연대나 A씨와 이야기를 해본적도 없습니다. 대화해본 적이 없는 저의 OO에 대한 의식이 어떻게 확인되었는지 불가사의할 뿐입니다.

 

저는 평창올림픽반대연대를 향해 호소하고 있지만 실은 누구를 상대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미 언급했듯이 평창올림픽반대연대에 관여한 이들은 한국과 일본에서 제가 연대하고 활동하는 운동 곳곳과 연대하고 있으며 겹쳐 있습니다. 저는 이러한 장소들에서 제대로 활동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아무 구체적 이유도, 설명도 없이 저를 가해자라고 생각하고 배제한 사람들, 혹은 (평창올림픽반대연대가 하는 활동에 대한 연대나 신뢰에 기반해서) 뭔가 이유가 있기 때문에 A씨가 불안을 호소하고 저의 참가 제한을 요청했을 것이라고 (즉 어떤식이든 가해가 있었을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심지어 A씨가 오는 것을 알면서도 그 현장에 간 것은 일부러 문제를 만들기 위한 게 아니었냐고 생각하는 사람들조차 있는 것 같았고, 그런 사람들, 혹은 그럴지도 모르는 사람들을 만나는 게 힘들고 무서워졌기 때문입니다. 이런 식의 배제가 모든 <노리미트 서울> 참여자들에게 일어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노리미트 서울>에 참가했던 사람들조차 제게 뭔가 다른 이유가 있는 게 아니냐고 묻습니다. 저는 제가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는데, 그 증명을 누구를 상대로 어디까지 해야 하는지도 알 수가 없습니다. 저는 끊임없이 또 다른 배제의 가능성에 노출된 채 그동안 지속해오던 활동/연대를 실질적으로 중지한 상태입니다.

 

이미 이곳저곳에서 정신적/심리적인 배제를 경험합니다. 아무렇지 않은 척 그들을 마주칠 수가 없습니다. 아무렇지 않지가 않습니다. 지난 5개월간 저는 제가 일상적으로 해야 할 일들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고, 활동 언저리에 있는 것이 두렵고, 잠을 제대로 잘 수 없습니다. 괜찮다고, 잊을 수 있다고 생각하려 노력하다가도, 연대 활동에 참여하려고 하는 순간순간 모멸감과 수치심, 억울함에 사로잡힙니다. 왜 운동이 운동 안에 있는 다른 이의 존엄을 파괴하는 방식으로 행해져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만약 평창올림픽반대연대가 동료의 불안과 신체적 고통에 대해 저를 그 고통의 원인을 제공한 가해자로 지목하고 있는 것이라면 저의 행동에서 무엇이 잘못이고 무엇이 가해였는지 제가 인지할수 있는 형태로 명백히 밝히는 공적인 절차를 밟았어야 합니다. 이런 과정없이 벌어진 배제는 폭력적 응징의 영역을 넘지 못합니다. 게다가 이는 저라는 한 개인에게 가해지는 경계가 불투명한 집단적 폭력입니다. 저를 가해자로 규정할 정당하고 충분한 근거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당황한 상태에서 동료의 불안에 먼저 대응하다보니) 그런 일이 일어난 것이라면, 그것이 또 다른 개인에 대한 피해/트라우마의 연쇄를 낳을 수 있는 미흡한 조치였음을 인정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하면 됩니다. 그렇지 않다면 평창올림픽반대연대가 당시 일어난 일을 정당화하기 위해 무리하게 저를 '가해자화'하고 있다고 밖에 생각할 수 없습니다.

 

많이 고민하다가, 이 문제를 좀더 넓은 장에서 이야기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진영을 만들고 적대화를 하기 위해 공론화를 하는 것이 아닙니다. 저는 기본적으로 평창올림픽반대연대의 활동을 지지해왔고, 지금 이 문제제기 또한 평창올림픽반대연대가 그간 해온 활동을 부정하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그러나 아무리 훌륭한 대의를 갖고 하는 운동이라도, 결국은 사람들이 하는 것입니다. 언제라도 잘못된 판단을 할수 있다는 걸 전제로 일어난 일을 제대로 성찰하고, 그 와중에 개개인이 불가피하게 입은 상처를 케어하며, 그렇게 운동의 참조점을 만들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설령 트라우마와 상처로 인해 당장 대화가 불가능하다고 해도,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과 같은 무원칙적인 피해/트라우마의 연쇄는 멈춰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부터 현재 제가 갖고 있는 정보를 바탕으로 영화제에서의 조치가 부당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를 정리하겠습니다. 불필요한 사실공방으로 번지는 것을 피하기 위해 될 수있는 한 상세히 서술합니다.

 

 

1. 2017년 <노리미트 서울>과 그를 둘러싼 문제에 대해서

 

2017년 9월 한국에서 <노리미트 서울>이라는 행사가 있었습니다. 동아시아의 자율공간/사람들을 네트워킹하는 취지의 행사였습니다. 저의 경우, 2017년 4월경, 알고 있던 중국 활동가들에게 <노리미트 서울>에 참가하기 위해 한국에 온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이 행사에 대해 알게 되었고, 그 후 당시 거주하던 중국의 커뮤니티가 한국과 접속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노리미트 서울>을 준비하던 서울 사무국과 연락을 주고받았습니다.


8월 2일과 8월 26일. 두차례 <노리미트 서울>을 비판하는 글이 SNS에서 공유됩니다.


첫 번째 문제 제기의 내용은 2016년 <노리미트 도쿄>를 만들었던 도쿄의 OO 지역을 중심으로 한 네트워크에서 일어난 “성차별적” 발언과 그것을 가능하게 한 문화를 비판하는 것이었습니다. (펀딩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 논의하는 와중에 누군가가 “아시아 호스트 클럽/아시아 걸스바”를 하면 어떠냐는 말을 했고. 이에 문제를 제기했으나 성실하게 대응하지 않았다는 내용)


두 번째 글은 최초에 채팅방에서 문제를 제기한 사람들(일본 출신 활동가들)에 대한 어떤 대화 요청이나 말 걸기도 가해행위이므로 멈춰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이 두 편의 글을 본 꽤 많은 한국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여러 수준에서 운동/인디 씬에 관여하는 사람들)이 <노리미트 서울>에 참가하지 않기로 합니다. 그러나 일본이 아닌 중국을 통해 <노리미트 서울>에 접속하고, 서울의 사무국 사람들과 교류하던 저로서는 OO에 대한 비판이 한국에서 준비 중인 <노리미트 서울> 거부로 이어지는 것이 타당한가 고민해야만 했습니다.


(1) 그 시점 서울에서 준비 중이던 <노리미트 서울>는 OO로 환원되지 않는 크고 다양한 단위의 사람들이 연결된 네트워크였습니다. 중국, 대만, 한국, 싱가폴 등 여러 지역의 활동가들이 서울에서 만나기 위해 들인 에너지/시간/비용이 버려지는 것은 차치하더라도 문제제기와 해결을 위한 노력 전반에서 일어나는 정보와 권한의 비대칭성은 특정 지역 사람들에게 부당하거니와 행사의 취지와도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습니다. (문제제기가 주로 일본과 한국의 커뮤니티 안에서 이루어졌을 뿐만 아니라 문제제기 글도 일어, 한국어 버전만 있었기 때문에 일본과 한국을 제외한 나라의 참여자들은 이러한 정보를 늦게 접하거나 아예 모르고 참석한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한편, <노리미트 서울>의 서울 사무국은 이 비판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이런 문제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 토론/대응책을 마련하고 있었습니다.[각주:4]

(2) 한편, 당시 저는 OO에 대해 전혀 아는 바가 없었으나, 행사와 관련된 일련의 문제제기가 있는 이상 (이런 사실을 모르고) 행사에 참여한 사람들이 함께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논의하는 자리가 필요하지 않은가,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즉, 물리적으로 한국의 운동 판에서 떨어져 있는 채 한-중의 네트워킹이라는 맥락으로 <노리미트 서울>를 인지/관여하게 된 상황 속에서 스스로 납득이 되는 방식을 찾아야 했고, 이에 <노리미트 서울> 안에서부터 문제를 제기하고 논의하기 위한 토론회를 준비하기 시작했던 것입니다. 이 와중 문제제기 글을 올린 그룹 (이하 비판그룹)에 참가하고 있던 지인 한명이 제게 개인적으로 연락을 취해 왔으므로 위와 같은 취지의 이야기를 전했습니다. 저와 함께 토론회를 준비한 다른 친구도 비판그룹의 또 다른 멤버에게 우리가 어떤 취지로 <노리미트 서울>에 참가하고자 하는지 설명했고, 토론회 후 비판그룹이 준비 중인 행사에 참여해서 더 이야기를 나누기로 합의한 상태였습니다. 저의 경우는 제게 연락을 해온 비판그룹의 지인에게 토론회를 여는 취지에 대해 설명한 후 공감받았습니다. 저와 함께 토론회를 준비한 친구와 비판그룹의 다른 멤버와의 논의 중에서도 토론회를 여는 것이 가해에 해당한다 거나 이후 문제가 된다는 식의 인식은 상호간에 없었던 걸로 확인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토론회 직후 제 동료는 소통하고 있던 비판그룹의 멤버에게 자신들이 준비 중인 행사에 참석하지 말 것을 통보하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제경우 <노리미트 서울> 일정이 끝난 후 개인적으로 (한번) A씨에게 메시지를 보내 대화를 시도했지만 “<노리미트 서울> 보이코트 중이다"라는 말로 거절당했고 그 이후 페이스북 등에서도 차단된 것을 알게 됩니다.

 

당시 <노리미트 서울>을 비판하는 글을 올린 비판그룹은 두개의 글을 제출했습니다만 비판의 내용은 OO에 대한 것이었고, 정식으로 서울에서의 <노리미트 서울> 보이콧을 선언한 적은 단 한번도 없었습니다. 그러나 행사 이후, 비판그룹의 일부는 우리와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한편, 일부는 우리와 교류를 끊었습니다. 한편 우리와 교류를 끊은 이들이 <노리미트 서울>에 참가한 모두와 교류를 끊은것도 아니었습니다. 불쾌함과 함께 여러 가지 이유로 납득이 되지 않았지만, 이 상황이 비판그룹의 입장인지 개인적 원한인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후자라면 누구에게 어떤 기준으로 화를 내고 있는것인지도 알수 없는 채 대화를 거절당했기에, 정치적인 의사표명보다는 개인적인 교류 단절의 방식이라고 여기고 넘어갔습니다.

 

2. 평창반올림픽연대측에 보낸 설명요청과 문제제기

 

1년 반의 시간이 흐른 후, 도쿄의 영화제 현장에서 저는 <노리미트 서울> 참가를 이유로 영화제 현장에서 나가줄 것을 요청받았습니다. 하지만 제게 “돌아갈 것”을 요청한 A씨는 <노리미트 서울>를 준비했던 서울준비팀이 결합해 있는 운동현장에 함께 결합해왔을 뿐 아니라 도쿄에서 진행했던 것과 같은 내용의 영화제를 <노리미트 서울>에 연대하고 행사공간을 제공한 단체인 서울의 <경의선공유지>에서도 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즉, <노리미트 서울> 이후 행사 참가자들과 여러 곳에서 마주치거나 일정 정도의 협력을 해왔음에도 불구하고 도쿄의 영화제에서는 <노리미트 서울> 참가자라는 이유로 한 개인을 현장에서 배제하고자 한 것입니다. 이에 저는 아래와 같은 내용의 질문 및 사과 요청서를 평창올림픽반대연대 측에 보냈습니다.

 

당시 현장에서 벌어진 일이 간과할 수 없는 폭력이라고 생각하며 이에 올림픽 반대연대에 정식으로 아래와 같은 요구를 전합니다.

 

첫째. 현장에서 벌어진 일이 올림픽반대연대의 공식입장/결정이었는지, A씨 개인의 돌발적인 행동이었는지 설명해주시기 바랍니다. 만약 개인의 행동이었다면 그녀의 행동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한 올림픽반대연대의 입장을 밝힐 것, 그리고 그 자리에서 그런 행동을 묵과하고 방치한 것에 대한 사과를 요구합니다.

 

둘째. 제가 <노리미트 서울>에 참가한 것이, 어떻게 전혀 다른 운동의 현장에서 저를 배제할 수 있는 이유가 될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더욱이, 당시 OO를 비판하는 글을 올린 “익명의 다수”는 <노리미트 서울>에대한 공식적인 보이코트를 선언한 적이 한번도 없습니다. 비판자들이 <노리미트 서울> 참가자 전원과 교류를 단절한 것도 아니며, 한국의 여러 운동의 현장에서 마주치는 <노리미트 서울> 참가자들을 배제한 경우는 한번도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러한 문맥속에서 저는 대체 어떤 이유로 현장에서 배제되어야 했는지 설명할 것을 요구합니다.

 

셋째. (주: 이 항목은 주로 당시 일본 활동가들과의 대화와 관련된것으로, 이후 인식의 차이가 있음을 확인하고 평창측에도 그렇게 알렸습니다.)[각주:5]
A는 현장에서 주최측에 제가 있는 자리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하고 싶지 않다라고 말했습니다. 단지 참여자의 한 사람이 아니라 현장에 초대되어 온 메인 게스트의 발화인 이상 이는 주최측에 대한 충분한 압력이 됩니다. 행사를 진행하기 위해서 주최측 (반올림픽회)는 제게 현장을 떠나줄 것을 요청해야만 했고, 제가 항의하자 결정을 제게 맡긴다고 했습니다. 1년 가까운 시간동안 연대해오던 현장에서 배제되고 있는 모멸감과 당혹감에도 불구하고, 행사가 30분 이상 지체되고 있으며 잘못하면 “나때문에” 성사되지 않을수도 있다는 압박감으로 인해 저는 스스로의 존엄을 버리는 방식을 택해야만 했습니다. (아무말도, 질문도 하지 않을테니 남아있게 해달라는 요청.) 지금 이 일은 산야 (주: 제가 활동하던 일본의 다른 운동 현장) 내부에서도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벌어진 일에 대한 일관성도 맥락도 알수없는 개인적 감정/판단을 다른 운동의 현장에 끌고 온 것. 그 자리에서 자기가 갖고 있는 권력으로 현장의 모두에게 압력을 가하고 자신이 연대하기 위해 찾아온 현장의 운동이 분열을 초래할 수도 있는 행동을 한 것에 대해 성실히 사과할 것을 요구합니다.

 

넷째. 현장에 있던 다른 동료는 저를 배제하고자 한 이유는 “한국에서 OO의 잘못된 행동(성차별/제국주의)에 대해 비판하는데 D가 OO와 사이를 돌리기 위해 행사에 참여했고. A씨는 그런 행동을 한 D를 용납할수 없기 때문”이라는 설명을 들었습니다. 이는 대단히 편의적으로 왜곡된 것으로 제가 왜 노리밋에 참여하는가에 대해서는 작년에도 몇번이나 “익명의 다수” 중 한명을 통해 <노리미트 서울> 비판모임에 전달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 A씨가 자의적으로 왜곡한 정보를 사실인것처럼 유통함으로서 개인의 명예를 훼손시킨 것에 대해 성실히 사과할 것을 요구합니다.[각주:6]

 

다섯째. 당시 현장에서 일어난 일이 저에게 가한 심각한 인권침해이며, 명예훼손이자, 폭력이었음을 인정하고 사과할 것을 요구합니다.

 

3. 평창올림픽반대연대의 답변

 

요청서를 보내고 한 달 반이 지난 후 저는 아래와 같은 답변을 받았습니다.
그 답변을 아래에 그대로 복사해서 붙입니다. (단 원문에 A,B로 기입된 이름을 이 문서 전체의 가독성을 위해 D,A로 수정합니다. D는 저를 지칭합니다.)

 

제가 지금 여기에 평창올림픽반대연대의 답변을 공개하는 이유는

-첫째. 답변서가 평창올림픽반대연대라는 단체의 입장으로 왔으며, 그들의 운동의 방향성으로서 선언되었기 때문입니다.
-둘째. 답변서의 내용이 저에 대한 더 강화된 폭력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셋째. 답변서의 내용에 충격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대화(중재)를 시도하고 두달여의 시간을 기다렸으나 결국 거부당한 저로서는 이 문제에 여러 형태로 관련되었거나 관심이 있는 사람들과 함께 이야기하고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평창올림픽반대연대는 그 경계가 모호한 모임입니다. 그러나 분명히 함께 손을 잡고 연대 활동을 하고 있는 동료들이 있기에 그들을 존중하고 보호하는 것이 활동의 대의와 명분보다 우선하며, 또한 이를 우선하는 것이 우리가 합의한 가치에 부합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강간문화와 다양한 형태의 가부장적 권력에 대하여 싸우는 것이 우리의 모든 활동에 기본적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당일 행사는 공개행사였지만, 그 행사는 평창올림픽반대연대의 행사이기도 했습니다. 평창올림픽반대연대의 동료가 현저한 갈등관계를 겪고 있는 사람의 참가로 인해 행사의 진행이 어려울 정도의 상태일 때에 참가 범위를 제한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당시 평창올림픽반대연대의 동료A는 혹시나 노리미트 관련 가해인들과 마주칠까봐 일본에 가기 전부터 무척 우려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왜냐하면 A는 노리미트에 대한 보이콧 글을 공유만 했는데도 사이버 불링을 당했으며, 맨 처음 문제제기를 했던 사람이 일본을 떠나야 할 정도로 고통 받고, 후에 다른 연대인들도 신경 안정제를 먹고 정신과 상담을 받아야 할 정도의 상황을 겪은 것을 지켜보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노리미트 행사 중 하나를 주최한 D씨가 등장하여 A는 매우 당황하였고, 식은땀을 흘리고 서있기 어려울 정도의 복통과 온몸의 두드러기로 D와 떨어진 구석 벤치에 기대있어야 했습니다. A는 노리미트 행사 당시 D씨의 행동에 대해 한고린 측에 설명했고, D와 같은 공간에 있는 것이 행사를 진행하기 힘들 정도로 고통스럽다는 점을 알렸습니다. 이에 A의 상황을 염려하는 일본측 공동 주최자들이 논의를 거쳐 D씨의 “분리”를 요청하게 되었습니다.

 

갈등의 발단이 된 노리미트 행사의 성희롱발언 및 집단괴롭힘 문제가 발생한지 상당한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해결된 바는 없으며, 피해자는 여전히 본국으로 돌아가기 힘든 상황입니다. 문제제기자들과 연대자들의 상황 역시 나아진 것이 없는 상태에서 마치 모든 갈등이 해결된 듯이 문제를 덮고 넘어가는 것은 평창올림픽반대연대가 공동으로 지향하는 바와 맞지 않습니다. 당시 문제제기자와 연대했던 사람들은 현재에도 아무런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음을 다시 한 번 환기시키는 방법을 찾는 과정 중에 있습니다. 비단 이 문제 뿐만이 아니라 또 다른 심각하고 중요한 갈등 양상이 발생하더라도 평창올림픽반대연대는 문제를 회피하지 않을 것이며, 책임감을 가지고 상황을 직시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평창올림픽반대연대가 지금까지 해 온 활동, 또 앞으로 해나갈 활동은 현실의 문제와 갈등, 균열을 마주하며 포기하지 않고 끈질기게 해결해나가고자 하는 태도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태도는 국가와 사회 뿐만이 아니라 보다 작은 공공영역에서도 유지되어야 하며, 이에 대한 일관성만이 우리의 활동에 타당성을 부여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현존하는 갈등이 가려진 채 매끈하게 통합된 세계가 옳지 않다고 생각하기에 계속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우리의 운동이 더 많은 힘을 얻고 더 넓은 영역으로 확장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스스로 비판하고 반성하는 힘을 잃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다시 한 번 강조합니다. 우리는 모든 영역에서 만연한 강간문화와 다양한 형태의 가부장적 권력에 타협하지 않고 맞서나갈 것입니다.

 

2019. 1. 13
평창올림픽반대연대

 

 

4. 평창올림픽반대연대의 답변서에 대해

 

평창올림픽반대연대로부터 받은 답변에는 당시 일어난 일이 평창올림픽반대연대라는 단체의 결정이라는 것 이외에는 어떤 질문에 대한 설명도 없었습니다. 답변서는 단 두 가지 서사로 이루어집니다.

  1. A씨는 일본에 오기 전부터 “<노리미트 서울> 관련 가해인”을 만날까 봐 걱정했다. A씨가 현장에서 나를 보고 신체적 고통을 경험할 정도의 불안을 호소했다. 당시의 행사는 공개행사였지만 평창올림픽 반대연대의 행사였으므로 동료와 갈등 관계가 있는 참가자가 있을 경우 “참가 범위”를 제한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
  2. 자신들은 모든 영역에서 만연한 강간문화와 다양한 형태의 가부장적 권력에 타협하지 않고 맞서나갈 것이다.

1.에 대해: 우선 A씨의 상태에 대해 유감을 전합니다. 빨리 회복하기 바랍니다. 그러나 불안한 상태의 동료를 보호/케어하는 것과 동료의 요구를 무조건 수용하는 것은 다른 일입니다. 평창올림픽반대연대 측이 말하는 “갈등”의 내용은 제가 <노리미트 서울> 행사의 하나를 주최했다는 사실인 것 같은데, 그것이 대체 어떤 의미에서 A씨에 대한 “가해”가 되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즉, 만약 저를 “노리미트 관련 가해인"으로 특정하는 것이라면 그것의 근거가 무엇인지 알 수 없습니다. (이에 대해선 아래의 5번 내용을 참조하기 바랍니다.) 물론 논리적인 이유가 없더라도 불안에 시달릴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자신에게 어떠한 가해도 하지 않은 개인을 보고 고통을 호소할 정도로 정서적/심리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행사를 누군가가 대신하고 A씨가 적절한 치유 및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조치하는 것이 마땅하지 않을까요? 또 행사에 참여하기 전부터 <노리미트 서울> 참가자들을 만날까 봐 걱정했다면, 행사를 공식행사가 아닌 형태로 진행하는 등의 대비책을 마련할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당시 행사는 공개행사였을 뿐만 아니라 제가 계속 연대해온 현장에서 열리는 행사였고, 저는 행사의 또 다른 주최 측(잠자는회의)으로부터 연대 요청을 받고 참여한 상황이기도 했습니다. 평창올림픽반대연대 측은 “참가 범위 제한"이라는 말과 함께 “분리"라는 말을 사용하고 있지만, “분리”는 결코 중립적인 말이 아닙니다. 무엇을 무엇으로부터 어떻게 “분리” 하는가는 지극히 정치적인 문제입니다. 불안을 호소하는 자기 동료를 보호한다는 명분 아래 한 운동단체가 어떤 구체적 원인도 제공한 적이 없는 개인을 공개적인 운동의 현장에서 “분리"하는 것이야말로 가족주의적/집단주의적 태도를 바탕으로 한 배제가 아닙니까?

 

2.에 대해: 모든 영역에서 만연한 강간문화와 가부장적 권력에 싸우는 것은 중요한 일이고 응원합니다. 그런데 제가 질문한 것과는 상관없는 저런 선언을 제 질문에 대한 답변에 넣은 이유는 무엇입니까? 사과 요청을 묵살하고 대신 저런 얘기들을 넣은건 문맥상 제가 바로 그 강간문화와 가부장적 권력에 가담한, 맞서 싸워야할 대상이라는 (그래서 사과할 수 없다는) 암시로 읽힙니다. 저는 20대와 30대를 교사로 일했습니다. 일터 중엔 남자 중학교도 있었습니다. 한국 사회에서 보통의 여성이 경험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종류의 성적 대상화와 성차별을 경험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과 같은 사회적 분위기가 만들어지지 않았던 시절이었기에 남녀를 불문하고 그 장소의 모두가 당연히 여기는, 옷차림이나 행실에 대한 말 한마디 한마디에 항의하고 때로는 조퇴를 감행하는 싸움을 혼자서 해야 했습니다. 면전에서 모욕적인 언사를 듣는 건 흔한 일이었습니다. 성적 대상화는 교실에서도 일어났습니다. 저는 한국 사회에서 성차별/성적 대상화/강간문화가 얼마나 심각하고 뿌리 깊은지 일상적으로 느껴왔으며, 제 자리에서 그러한 문제들과 싸워왔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싸워갈 것입니다. 하지만 같이 활동을 한 적도, 저와 제대로 된 대화 한번 한 적 없는 평창올림픽반대연대의 회원들은 대체 어떤 자리에 서서/무슨 자격으로 저를 강간문화/가부장제의 일부로 지목하는 듯한 말을 하며, 저에 대한 참가 제한이 당연했다고 말하고 있습니까? 연대를 위해 참여한 운동의 자리에서 느닷없이 “가해인" 취급을 당하고 참가를 제한당하는 수모를 당하지 않기 위해 저는 평창올림픽반대연대의 회원들에게 제가 강간문화/가부장제의 부역자가 아니라는 증명을 해야만 하는 건가요? 스스로가 마녀가 아니라는 걸 증명해야하는 종교재판이나, 간첩이 아니라는 걸 증명해야 하는 국가의 재판에 회부된 듯한 기분이 드는 것이 솔직한 심정입니다.

 

 

5. 가해를 둘러싼 정황과 문제

 

간단히 말하자면 평창올림픽반대연대는

  1. 2017년 <노리미트 서울>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일련의 가해가 있었다고 말하고
  2. <노리미트 서울>에 참여한 저 또한 “노리미트 관련 가해인"으로 규정함으로서, 2018년11월 22일 도쿄의 영화제에서 벌어진 일을 정당화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1. 의 가해내용을 당시 비판그룹이 올린 두 편의 글을 주요 토대로 정리해보겠습니다.

 

문제제기자들의 글 및 평창의 답변을 바탕으로 요약한 사건 내용 및 이를 둘러싼 상황 사건에 대한 문제제기자들의 규정
1.<노리미트 서울>을 준비하는 채팅방에서의 대화 중 펀딩을 위해
“아시아 호스트 클럽, 아시아 걸즈바를 하자"는 발언이 있어서 이에 문제제기를 했으나 이에 대한 문제제기에 여성을 제외한 대부분이 침묵하다가 문제 발언자 및 커뮤니티의 중심인물이 가볍게 치부하는 듯한 채팅방의 분위기 (이에 채팅방에서 나옴) (2017/7/4)
성상품화, 성적대상화, 여성혐오, 인종차별, 동아시아 역사에 대한 인식부재 등 소수자에 대한 문제의식의 결여로 인해 발생한 폭력적 발언
2. 문제제기자들이 <노리미트 서울> 서울 사무국에 이에 대해 번역해 공유해달라고 했으나 이 과정에서 문제제기자들의 실명이 서울 사무국 채팅방에 노출됨 (2017/7/7) 서울 사무국을 믿을수 없게 됨
3. 문제제기자들이 1차 문제제기 글을 SNS에 올림 (2017/8/2)
https://bit.ly/2OnhZiK
문제제기
4.일군의 도쿄 사람들이 문제제기자들에 연락. 가해가 시작됨
5. 도쿄쪽에서 사과문이 올라옴 (2017/8/14)
https://bit.ly/2LhQ4mv (단체 입장문 창 아래에 관련 개인 입장문 링크)
문제제기자들을 타자화하고 있음
6. 일본에서 젠더토크를 실시 (2017/8/26) 문제제기를 무화하는 폭력적인 행위
7. 누구한테 무엇에 대해서 하는 말인지 알수 없는 형태이지만 문제제기자들을 비난하는것이 분명한 SNS의 글 사이버불링 (가해행위)
8. <노리미트 서울> 서울 사무국에서 문제제기를 지지하고 재발방지를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는 공식입장을 올림. 그러나 한편으로는

-평소 천황제를 지지하지 않던 일본인이 한국에 도쿄팀 친선대사로 와서는 천황폐하 만세라는 글을 올리고 거기에 서울팀사람들이 좋아요를 누름(이는 문제제기자들을 농담도 안통하는 사람으로 비아냥 거리는 행위라는 것, 물론 그냥 의미없는 농담일 수도 있지만 이런게 농담이 되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덧붙임.)
-주체와 대상을 특정할수 없는 비난글 (오해일수도 있다고 덧붙임)
-서울팀이 문제제기글을 공유한 사람들에게 자신들은 문제발생시점부터 문제를 공유하려 노력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보냄 (문제제기 공유를 요청한 것은 문제제기자들이므로 서울팀의 메시지는 사실과 다름)
상반된 태도로서 믿을수 없음
9. 문제제기자에 대한 개인적 사과메시지가 쏟아져오기 시작. 의혹 (왜 서울팀이 공식입장을 올리자 개인적인 사과가 오는가?)
10. <노리미트 서울>에 대한 글을 공유했을 뿐인데 사이버 불링을 당함(평창올림픽반대연대의 답신에 나온 내용) 가해행위
11. 문제발언자 및 커뮤니티 중심인물의 사과문이 올라옴 불성실, 문제제기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음
12. 문제제기자들이 2차글을 올림 (2017/8/26)
https://bit.ly/2U1QFMj
가해를 멈추라는 호소
13. 도쿄쪽에서 2차 사과문이 올라옴 (2017/9/23)
https://bit.ly/2LkQmcb
이에 대한 언급없음

 

위의 내용에서 2와 8을 제외하면 모두 일본측의 정황입니다. 저는 2017년 해당 사건이 일어난 시점까지 일본의 OO 커뮤니티를 방문한 적도, 관련자들과 만난 적도 없습니다. 즉 전혀 관련이 없었습니다. 당연히, 위에서 말하는 원사건 혹은 가해에 대해 아는 바도 관련된 바도 없습니다. 가해까지는 아니어도 문제제기자들에 의해 상반된 태도를 보이기에 믿을수 없다고 평가받은 서울 사무국과는 2017년 6월에 한국에서 처음으로 만났으며 이후 제가 중국 친구들을 행사에 초대하고자 하는 과정, 그리고 해방촌 <빈집>을 서울 사무국에 소개하는 과정에서 온라인/채팅으로 연락을 취한 것뿐 당시 2나 8의 내용 (서울 사무국에 관련된 비판의 내용)도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문제제기 글을 8월초에 본 후 그 글의 내용에 공감하고 개인 페이스북에 공유했습니다. 하지만 지인들이 이미 중국에서 오고 있었고, 그를 위해 서울 사무국과 교류해온 상황이었기에 단순히 <노리미트 서울>에 참여하지 않는 것보다는 문제제기의 내용을 받아 안은채 행사에 참여하는 방식을 고민해야 했습니다. 그렇게 준비한 것이 토론회였습니다. 제가 오랫동안 알아온 커뮤니티인 <빈집>도 비슷한 문제 (누구에게나 열린 형식의 운동, 즉 과거의 이데올로기적 조직운동과 다른 방식으로 자율적인 운동의 장소를 만들고자하는 시도에 운동적으로 훈련되지 않은 사람들, 일반사회의 인식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참여하며 일어나는 차별과 폭력의 문제들에 어떻게 대처해야하는가 라는 문제)를 겪고 있었고, 저 또한 이런 부분에 대한 문제의식이 있었기에 도쿄 OO의 사람들과 <빈집>을 초대해 이러한 문제를 토론하는 기획을 했습니다. 한편 일본과 한국의 사람들, 그리고 일부 대만 사람들을 제외한 사람들은 해당 문제제기의 내용을 거의 모르고 있었기에 즉 행사 내부로부터 이 문제를 토론하는 자리를 갖는것이 의미가 있다고 판단했고 이런 생각들을 비판그룹에도 전달했습니다. (<빈집>은 일부가 <노리미트 서울> 참여를 거부했으며, 다른 몇명이 제가 준비한 행사에만 개인으로서 참여했습니다.)

 

저는 제 어떤 행동이 가해에 해당하는지 정말로 모르겠습니다. 당시 문제제기자들의 비판의 내용에 공감하며 행사를 준비했던 제게 다른 <노리미트 서울> 참여자들이 경험한 적 없는 강도높은 배제가 일어난 이유에 대해 평창올림픽반대연대측에 연락해서 물었지만 “강간문화/가부장제와 싸운다"는 말 이외에 어떤 설명도 듣지 못했습니다. 다시 중재를 요청하고 두 달을 넘는 기간 동안 기다렸지만 거절당했습니다.

 

 

6. 호소

원사건 (2017년 <노리미트 서울> 준비과정 중 채팅방에서 일어난 일)에 대한 비판 그룹과 저의 대응은 달랐습니다. 공개적인 보이콧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 좀 더 대화를 시도하는 것, 개인적인 불참을 조직하는 것 모두 그 나름의 선택이고 의사표현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당시 비판그룹이 택한 방식은 대화의 거부와 개인적 보이콧이었습니다. 지금 평창올림픽반대연대가 제게 하고 있는 행동 또한 그러한 방식의 반복인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지금 이 일은 원사건에 대한 대응방식의 단순한 연장이 될 수 없습니다. 우선 저는 당시 비판그룹이 가해라고 지목하고 비판했던 단위에 속해있지 않습니다. 게다가 도쿄 영화제에서의 경우 단체와 개인이라는 권력의 차이가 존재했고, 개인들이 행사에 불참하는 것이 아니라 한 개인을 공개행사에 불참시키는 것이라는 점에서 인권을 훼손하는 방식이었으며, 심지어 이름을 걸고 활동하는 한 운동단체가 개인에게 가한 보이콧이었습니다. 이런 맥락/환경의 차이는 언뜻 동일해 보이는 행위에 큰 차이를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소수에게 가하는 폭력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위에서도 말했지만 저는 평창올림픽반대연대의 활동을 기본적으로 지지해왔습니다. 저 역시 제 활동에서 가부장제와 강간문화에 대항하며 살고자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운동이 올바른 명분 (반강간문화, 반가부장제등) 등을 갖고 올바른 실천을 해왔다고 해서, 그 명분이 아무 구체적 이유도 제시하지 않은 채 개인의 존엄을 해치는 데 면죄부가 될 수도 없고 되어서도 안됩니다. <노리미트 서울>에 참가한 사람들은 하나의 조직도 아니고 모두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것도 아닙니다. 참가의 이유나 경위도 지극히 다양하고 비판된 내용에 대해 알고 있던 정보의 수준도 천차만별입니다. 그러나 지금 평창올림픽반대연대는 <노리미트 서울> 참가자를 [노리미트 관련 가해인]이라고 부른 뒤, 자신들은 [강간문화와 가부장제와 싸운다]라고 말하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이것이 만약 [<노리미트 서울> 참가자=가해인=가부장제/강간문화 가담자=운동의 현장에서 배제해야한다]라는 논리에 기반한다면, 이는 가해 프레임의 무원칙적 확장이자 폭력적인 진영논리로 이어질수 있는 위험한 사고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피해자의 상처는 케어되어야하고 공동체의 모두가 그 치유를 도와야만합니다. 하지만, 운동이 피해자에 교감하는 것을 넘어 운동 자체를 피해자와 동일시하며 또 다른 피해의 연쇄를 낳기 시작하는 것은 문제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5개월간 저는 이미 충분한 고통을 겪었습니다. 심리적으로 위축됐고, 신체적으로도 고통스러웠습니다. 제 고통을 나열하고, 고통의 양이나 질을 경쟁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운동 내부에서 일어나는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저는 (가능한 수준까지) 대화/소통/논쟁의 과정을 신뢰하고 싶습니다만, 그 수준, 혹은 방식의 차이가 서로를 적대하는 관계로 귀결되어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더 큰 상처나 피해 없이 이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서 노력해왔습니다. 설명을 요청했고, 기다렸고, 중재를 통한 대화의 노력을하고 또 기다렸습니다. 트라우마나 상처가 깊어서 지금 당장 대화가 되지 않을지언정, 근거없는 불안과 배제로 피해/트라우마의 연쇄를 낳는 악순환은 여기서 멈출수 있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더는 상처받고 싶지 않으며, 다른 사람이 이런 심리적 불안을 겪는것도 원치 않습니다. 이에 다음과 같은 사항들을 평창올림픽반대연대에 요청합니다.

1. 가해프레임의 무원칙적 확장에 기반한 선택적 배제를 지금 당장 멈춰주십시오.
2. 도쿄의 영화제 현장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 정식으로 사과하고 더 이상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할 것을 약속해 주십시오.

2019년 5월 1일

 


 

  1. 이 글에서 개인은 익명으로 단체는 실명으로 씁니다. 개인의 경우 그 사람을 보호한다는 소극적 의미 뿐 아니라, 운동 안에서 개인이 무명으로 존재해야한다고, 즉 운동이 개인의 이름으로 환원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한편 단체의 경우 단체의 이름으로 결정하고 행한 행동에 대해 책임성을 가질수 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본문으로]
  2. 예정된 시각보다 30분 넘게 지나도록 행사가 시작되지 않는 상황 속에서 참가자 모두가 의아해하며 대기하고 있었습니다. 그런 와중에 일본 활동가들이 제게 와서, A씨가 나에게 행사장을 떠날 것을 요청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당혹감과 모멸감으로 패닉이 왔지만, 이유도 모른 채 쫓겨나듯 돌아갈 수는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나 때문에 행사가 지연되고 있으며 어쩌면 취소될지도 모른다'는 압박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고, 결국은 아무 말도 질문도 어떤 발언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을 테니 영화만 보고 돌아갈 수 있게 해달라는, 자신의 존엄을 스스로 훼손하는 방식의 호소를 했습니다. 일본 활동가들이 그것은 괜찮은지 A씨에게 확인한 후에야 영화제는 시작되었습니다. [본문으로]
  3. 저는 94년부터 지속적으로 한국의 사회운동에 결합해 왔습니다만 2008년부터는 외국에 거주하고 있습니다. A씨와는 지인들이 겹쳐서 페이스북으로 연결되었지만 실제로 대면한 만남은 2014년인가 노동절 데모 현장에서 통성명한 후 당일 두물머리 관련 연대 회의 자리에 함께 있었던 것, 그리고 2017년 6월 서울에서 열렸던 학회의 같은 세션에서 마주쳤던 것이 전부라고 기억합니다. 대면한 만남 이외의 접촉은 노리밋 사태 이전 총 4건으로, 최초의 이메일 소통 (최초의 대면 전의 일로, 당시 중국 거주중이던 제가 서울의 한 단체에 그 단체에서 있었던 토론회 자료를 받을수 있는지 연락했더니 당시 해당단체의 일원이었던 A씨가 답변을 했습니다.), 그 이후 세번의 짧은 페북 채팅이 있었습니다. (처음 두번은 A씨쪽에서 연락해온 것으로 연대요청 및 서울의 빈집 커뮤니티 관련 문의, 마지막은 제쪽에서의 연락으로 해방촌 관련 출판물에 대한 질의였습니다.) 마지막 채팅에서는 당시 런던에 거주 중이던 저에게 A씨가 런던에 가게되면 재워달라는 말을 할 정도로 평범하게 우호적인 관계였습니다. <노리미트 서울> 당시에는 온라인상이건 오프라인상이건 대화를 나누거나 마주친 적이 없었습니다. <노리미트 서울> 일정이 전부 끝난 후 대만 쪽 참여자들이 주축이 된 모임이 있었습니다. 모임 장소를 A씨가 활동하는 단체의 공간이라고 알고 있었던 저는 메신저로 A씨에게 혹시 그 자리에 있는지 물어 보았으나 “노리미트 보이콧 중”이라는 말로 대화를 거절당했고, 이것이 마지막 접촉입니다. (나중에 알고보니 때때로 같이 행사를 진행하는 정도의 관련성을 가진 장소였습니다.) [본문으로]
  4. 문제제기자들의 비판에 의거해 노리밋 서울에 불참하기로 결정한 사람들이 있었던 한편, 문제제기자들의 비판과 문제의식을 받아안은 채 <노리미트 서울>에 참가해서 각자의 방식으로 고민을 나눈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채팅방에서 최초로 문제제기가 있었을때 그 문제에 적극 공감을 표한 사람들도 있었고 그 중 상당수는 문제제기자들이 채팅방을 나간 후에도 채팅방에 남아서 논의를 지속하고 내부자정/비판을 했습니다. 이를 알게된 한국/일본 외의 활동가들도 각자의 자리에서 고민하고, <노리미트 서울>에서 그 고민을 나누는 행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다음은 그런 활동 중 기록에 남아있는 행사/활동의 리스트입니다.

    7/12 도쿄 활동가 2인, 대만 거주 일본인 활동가, 부산 거주 일본인 활동가, 서울의 활동가로 이루어진 각국 각지역의 성차별적 문화를 진단하고 개선하기 위한 대화방 개설
    - 각 문화를 진단하고 개선을 촉구하는 토크 이벤트를 노리미트 사전 행사로 진행할 것을 결정 (해당 행사 준비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으므로 해당 문제를 야기한 일상 문화 점검과 개선이 필요하다고 판단)
    8/2 도쿄팀 전체 회의에서 ‘젠더 토크’를 <노리미트 서울> 사전 이벤트로 진행하기로 결정
    8/6 도쿄 채팅방 문제에 대한 <노리미트 서울> 기획팀 입장 발표
    8/14 <노리미트 서울> 서울 사무국 + 친구들 반성폭력 워크숍
    https://www.facebook.com/641203586077076/posts/663225787208189
    8/21 <노리미트 서울> 기획팀 젠더 커뮤니케이션팀 발족 - 자치구 평등 규약 초안 작성, 도쿄 팀에 문제 상황에 대한 의견 제시/개선 요구, 행사에서 일어날 수 있는 젠더 폭력에 대한 예방책 논의
    8/26 도쿄 젠더 토크
    9/12 자치구 평등 규약 공표, 희섬정 젠더 토크
    9/18 토론회: 코엔지와 빈마을, 토론회: Sex work is a fucking work
    9/24 조치 가이드라인 발표 [본문으로]
  5. 돌아가주길 바란다는 이야기를 들은 후 당황과 모멸감 속에서 지금 나를 운동현장에서 배제하고 있는 것인가 묻자 일본 측 활동가들은 곤혹스러운 표정으로 “그렇군요"라고 말한 뒤, 잠시 망설인 후 최종 결정은 내게 맡기지만 만약 내가 현장을 떠나준다면 자신들이 동행해주겠다고 말했습니다. 제가 떠나지 않는다면 영화제 자체가 열리지 않을수도 있는 상황 속에서 저는 ‘A씨가 메인게스트라는 권력을 사용해 반올림픽회를 압박해 저를 배제’하고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나 이후 12월 3일 반올림픽회와의 대화를 통해 반올림픽회 활동가들의 인식은 저와 다르다는 것을 확인합니다.

    반올림픽회 활동가들은 당시 단지 A씨의 “제안" 혹은 “부탁”을 전달한 것으로서 “D씨의 의도를 존중하는 것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로는 필요 이상의 압력을 주는 방식이 되었다고" 말하고 그에 대해서 제게 사과합니다. 당시 현장에서 제가 지금 쫓겨나고 있는 것인지 물었을 때 “그렇군요"라고 말한 것에 대해서는 “기억이 애매하지만 그렇게 말했을 수 있다”. 다만, 그것은 “나가지 않으면 안 되냐고 (D씨로부터) 단도직입적으로 질문을 받았을 때 말이 막혀서" 했던 이야기로, “그것이 D씨에게는 [결론]으로 들려버렸다고 생각한다"고 해명 했습니다.

    평창올림픽반대연대는 게스트가 아닌 공동주최단체였음을 알게 된 것은 그 이후입니다. 평창올림픽반대연대는 문서를 통해 내게 자신들이 주최단체로서 “참가 범위 제한”을 했다고 알렸습니다. [본문으로]
  6. 당시 현장에 있던 저의 동료는 제가 돌아간 후 반올림픽회의 회원 1명에게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질문했고 이에 “한국에서 OO의 잘못된 행동(성차별/제국주의)에 대해 비판하는데 D가 OO와 사이를 돌리기 위해 행사에 참여했고. A씨는 그런 행동을 한 D를 용서할수 없기 때문”이라는 설명을 들었습니다. 이는 대단히 편의적으로 왜곡된 설명으로 저는 당시 현장에서 A씨가 자의적으로 왜곡한 정보를 사실인 것처럼 유통했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나 이에 대해 평창올림픽반대연대 측은 “노리미트 행사 당시 D씨의 행동에 대해 반올림픽회 측에 설명”했다고 말하고 있는 반면 (어떤 설명을 했는지에 대한 내용은 듣지 못함), 반올림픽회 측은 아무 설명도 들은 바 없다고 말하고 있어 두 단체사이의 진술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덧붙이자면 반올림픽회의 경우, 자신들은 평창올림픽반대연대측으로부터 아무 설명도 듣지 않았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한편, 자신들은 영화제 현장에서 일어난 일 이외에는 판단할수 없다는 것을 이유로 한국에서의 <노리미트 서울>부터 도쿄에서의 반올림픽영화제로 이어지는 일련의 상황에 대한 저의 이야기를 듣는 것을 거부해왔습니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