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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반올림픽모임은 편파적 개입을 멈춰 주십시오

지난 7월 20일부터 일주일간 도쿄에서는 각국의 반올림픽 활동가들, 도쿄와 오사카의 노숙인 활동가들, 그리고 올림픽에 반대하는 학자등이 모인 행사가 있었습니다. 저는 주최측의 하나인 [도쿄 반올림픽 모임 (한고린노카이)]로부터 이 일주일간의 행사에 참가하지 말것을 개인 메일을 통해 요청받았습니다. 저와 같은 필드의 연구자/활동가인 A씨가 불안을 호소하고 있으므로 적절한 거리가 필요하다는 이유였습니다.


작년말 참가한 시부야의 반올림픽 영화제에서도 저는 같은 이유로 행사장을 떠나줄것을 요청받은바 있습니다. (평창올림픽반대연대의 요청을 반올림픽 모임의 회원들이 제게 전달하는 형식이었습니다.) 당시 일어난 일에 대해 반올림픽 모임은 불안을 호소하는 사람을 우선한 조치였다고 설명했으나, 평창올림픽반대연대는 단체로서 [가해자에 대한 당연한 참가 제한 조치였으며 자신들은 앞으로도 강간문화/가부장제와 싸울것]이라는 문서 (1월 13일) 를 보내왔습니다. 이에 부당함을 호소하고 가해의 내용을 명확히 하라는 요청을 공개적으로 한 상태 (5월 1일) 에서 다시 같은 일이 벌어진 것입니다.


저는 A씨와 개인적 관계가 없습니다. 대면해서 만나거나 대화를 나눈적도 거의 없습니다. 그에게 어떤 폭력도 행사한 적이 없는 이상 또다시 일방적으로 저의 참가를 제한하는 방식으로 (범죄자에게 행하는 식의) 분리조치가 행해지는 것은 납득할수 없었습니다. 이에 일주일간의 행사 중 제 동료들이 다수 참가하는 데모, 그리고 제가 소속된 연구실이 주최하는 행사 두개 만을 참가할테니 안전한 참가를 보장해달라는 의사를 밝혔습니다. (반올림픽 모임은 이에 응답하지 않았으며, 현장에서는 마치 잠재적 범죄자를 대하듯 저의 동선을 제한했습니다. 동료들이 함께 해주었으나 상당히 고통스러운 과정이었습니다.)


반올림픽 모임은 저에게 일주일간의 행사에 참여하지 말라는 통보와 함께, 제가 한국에서 공론화한 글 (5월 1일)에 대한 입장 또한 공개했습니다. (즉 제 글에 먼저 입장을 밝힌것은 평창이 아닌 도쿄 반올림픽 모임입니다.)


이 글은 반올림픽 모임의 글 (7월 19일) 에 대한 반론입니다. 사상이나 관점의 차이는 제쳐두고 기술적인 문제만 이야기하도록 하겠습니다. 반올림픽 모임의 글에는 크게 네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첫째, 어떤 글에 반론을 쓸때는 원글의 주제가 무엇인지부터 파악해주세요

제가 공론화한 글은 11월 22일 상영회에 대한 것이 아닙니다. 제 글은 상영회에서 벌어진 일에 대해 평창올림픽반대연대 (이하 “평창”)가 제게 문서 (1월 13일)로 보낸 입장에 대한 항의입니다.


상영회 이후, 저는 그날 벌어진 일의 의미를 평창 측과 반올림픽 측에 각각 물었습니다.


* 도쿄 반올림픽모임은 “배제가 없었”지만 오해할 만한 상황이 된건 미안하다고 말했으며 저는 그것을 받아들였습니다.


* 평창은 저를 “가해자"로 규정하고 “주최단체"로서 저의 “참가를 제한"했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식의 답변을 보내왔습니다. 제가 공론화를 통해 항의한 것은 그 답변의 폭력적인 내용과 형식입니다. 타국의 운동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논쟁/분규에 대해 일방적으로 한쪽의 편을 드는 글을 발표할때는 적어도 원글이 무엇에 대해 말하고 있는지 정도는 제대로 읽어주세요. (제 글에 대한 장문의 견해 안에 제 글의 핵심내용 -평창이 제게 보낸 문서 및 그에 대한 비판-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는 것 자체가 신기합니다.)



둘째, 두 단체가 연대하고 있다면, 각자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는 서로간에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도쿄 반올림픽모임은 “불안을 느끼는 사람이 메인 게스트건 단순참가자건 마찬가지로 평등하게 취급한다”고 말해온 한편, 평창은 “주최단체로서 멤버와 갈등관계에 있는 사람의 참가를 제한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도쿄 반올림픽모임은 당시 현장에서 A에게 들은 이야기가 전혀 없으니까 제 이야기도 들을 필요가 없다고 주장해 왔지만 평창은 상영회 현장에서 “노리밋 당시 제 행동에 대해 설명”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사실관계를 따지는게 피곤하고 무의미하게 느껴졌으므로 저는 각 단체의 주장을 그냥 다 받아들인 채 각자가 말하는 내용에 따라 각각 대응했습니다. 평창이 제게 말한것을 두고, 반올림픽이 저보고 거짓말이라고 하는건 상당히 곤란합니다. 한편, 1월 13일의 문서에서 자신들이 “주최단체"로서 “참가제한"을 행했다던 평창은 지금 주체성은 어디다 내버렸는지 “도쿄 반올림픽모임이 배제가 없었다는데 왜 허위사실을 퍼트리냐. 우린 배제를 한적이 없다.”면서 자기가 보낸 문서를 자기가 부정하는 주장을 하고 있는데요. 두 단체의 설명 중에 뭐가 진실인지, 대체 그런 문서는 왜보낸건지는, 둘 사이에서 확인하고 해결하시기 바랍니다.



셋째, 올바른 말이 모든 맥락을 초월하는 정당화의 근거를 제공해줄거라고 생각하지 말아주십시오

상영회 당시 저는 극심한 모멸감을 느꼈으나 그 자리에서 벌어진 일이 도쿄 반올림픽모임의 책임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영문도 모른채 불안하니 돌아가달라는 말을 들은 후, 그런 일이 일어난 이유에 대해 도쿄 반올림픽모임 멤버가 사실과 다른 설명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된 이상 제 입장을 설명하고 싶은건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에 대해서는 글 마지막에 다시 설명하겠습니다.)


그러나 12월 3일 대면한 자리에서 도쿄 반올림픽모임은 제 이야기를 듣는 것을 단호히 거절했습니다. 불안을 호소하는 사람을 보호했을 뿐, 현장 밖의 일, 즉 한국의 맥락은 알수 없고 판단할 수 없으므로 제 이야기는 듣지 않겠다고, 그것이 단체의 입장이라고 말했습니다. 저는 그 입장을 인정하고 받아들였습니다. 그 후 제가 도쿄 반올림픽모임에 요청한 것은 단 한가지. 평창은 이유도 설명하지 않고 저를 “가해자"라고 규정하고 당연한 “참가제한"이었다고 말하고 있는 이상, 저는 이에 항의할 수 밖에 없다. 거기에 관여하지 말아달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도쿄 반올림픽모임은 이에 관여하겠다는 답장을 보냈습니다. 한국의 상황은 판단할수 없다며 당사자인 제 이야기를 듣는 걸 거부했던 도쿄 반올림픽모임이 필요하다면 관여하겠다는 메일을 보내왔을때 저는 정말 황당했습니다. 심지어 “반식민주의, 반성차별주의, 반신자유주의"를 위해 관여한다고 하셨는데요. 한국 운동내부의 분쟁에 대해 일본 활동가들이 반식민주의의 이름으로 관여하고 있다는 아이러니는 제쳐두고, 평창이 아무런 진상규명의 과정도 없이 저를 가해자로 규정하고 공격하는 걸, 제 이야기는 듣지도 않고 일방적으로 옹호하는 글이 어떤 의미에서 반성차별 반신자유주의 반식민주의와 관련이 있는지요? 정말 너무한다고 생각합니다. 국제연대는 자기들이 연대하는 단체를 무조건 지지하는 것을 일컫는 단어가 아닙니다.



끝으로, 제 글을 읽긴 했는지 의아할 정도의 기본적인 오류 및 편파적인 표현들이 가득합니다. (제가 각주에서 이미 인정하고 있는 내용에 대해, 인정한다더니 왜이러냐고 따진다거나; 본인들의 글을 그대로를 인용한 부분에 대해서 그런적 없다고 자기부정을 하는 등) 이런걸 일일이 지적해야하는 저의 시간과 고통에 대해서도 생각해주시기 바랍니다.

  • 제가 쓴 공론화 글의 각주 5를 두고 반올림픽회는 <A씨가 메인 게스트라는 권력을 사용해 반올림픽회을 압박하고, D씨(저)를 배제>했다는 인식을 철회했다고 해놓고 왜 다시 퍼트리냐고 항의하고 있습니다만. 제가 쓴 각주 5의 내용이 바로, 상영회 직후에는 이렇게 생각했지만 도쿄 반올림픽모임의 이야기를 통해 그런 생각을 철회했다는 내용입니다.


  • 반올림픽모임은 제글에 적힌, 반올림픽회모임이 <D씨의 의도를 존중하는 것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로는 필요 이상의 압력을 주는 방식이 되어서 사과>했다는 부분에 대해 지적하며 <하지만, 우리의 사과 내용은 그런 것이 아닙니다.>라고 말하고 계신데요. 도쿄 반올림픽모임에게 받은 메일의 내용 “Dさんの「意思を尊重するつもり」でありましたが、実際には必要以上な圧力を与える対応になったことは、改めてお詫びいたします”을 그대로 따옴표를 붙여 인용한 부분을 두고 그런것이 아니라고 하시니 참 황당합니다. 제게 보낸 메일 다시 읽어보세요.


  • 제가, “도쿄 반올림픽모임은 그 부분에 대해 사과했다”고 진술하고 있는 부분에 대해, 거기에 대해선 이미 사과를 했다는 말을 다시 하는 것은, 도쿄 반올림픽모임이 사과를 했는데도 제가 이상한 소리를 하고 있다는 인상을 만들어내기 위해서인가요? 전혀 이해를 할수가 없습니다.


  • 각주 6에 대해서도. A에게 들은 것이 없다는 익히 들은 이야길 반복하고 계시는데요. 제가 각주 6에서 하는 이야기는 이와 관련해 평창올림픽반대연대와 도쿄 반올림픽모임이 서로 다른 진술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 <또한 공개 요구서에 "산야 내부에서도 논란이 되고 있"다, "현장의 운동이 분열을 초래할 수도 있는 행동을 한 것"이라고, 운동(단체)의 뒷심으로 D씨가 A씨에게 강한 압력을 가하는 듯한 표현이 줄지어 있는 것에 대해서도 우리는 강한 위화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라고 말하고 계시는데요. (1) 우선 저 글은 공론화 문서 (반올림픽모임이 말하는 공개 요구서)의 핵심내용이 아닙니다. 단지 그간의 경위를 설명하기 위해 실은 글로서 11월 30일 평창에 직접 보낸 메일이자, 상영회 당시 제가 느꼈던 감정/인식에 기반해서 쓴 유일한 글입니다. (2) 당시 영화제 현장에서 도쿄 반올림픽모임 멤버의 설명을 듣고 온 산야의 동료가 제가 한국에서 나쁜 짓을 했다더라는 말을 하자, 다른 동료가 왜 한쪽 말만 듣고 그렇게 단정짓냐고 화를 내는 일이 실제로 일어났기 때문에 쓴 내용이기도 합니다. 이에 대해서는 다음항에 설명합니다. (3) 공개행사에서 나가달라는 요청을 받고, 그에 이어 가해자니까 당연하다는 선언을 운동단체로부터 전달받은 제가 느끼는 “압력"에 대해서는 극구 부인하시는 도쿄 반올림픽모임이, 제가 영화제 직후 쓴 글에 대해서는 바로 “압력"이라고 말하는 것이 대단히 유감스럽습니다.

  • 상영회 당일 반올림픽모임의 한 멤버는 저의 동료에게 해프닝이 발생한 원인에 대해 사실과 다른 설명을 한 바 있습니다. A가 서울에서 도쿄 어느 그룹의 성차별/제국주의적 행동에 항의하고 있는데 D는 그 그룹과 사이 좋게 지내기 위해 행사에 참여했기에 A는 그것을 용서할수 없다는 설명이었습니다. 반올림픽회모임은 그 이야기가 저와 제 동료에게 들은 말이라는, 즉 제 스스로 "제국주의자/성차별주의자들과 사이좋게 지내고자 노리미트에 참가했다"고 말했다는 당황스러운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말합니다. 저는 단 한번도 불안을 느끼는 개인에게 불안의 이유를 묻거나 힐문한적이 없습니다. 저는 처음부터 일관되게 운동단체로서의 “평창올림픽반대연대"에 질문했고, 그 단체가 단체의 이름으로 보내온 내용에 항의하고 있습니다. 개인과 운동단체를 구분하지 못하고, 불안을 호소하는 개인을 케어하는 것과 이름을 내걸고 운동하는 단체가 개인에게 가하는 폭력을 정당화하는 것에 대한 혼동을 멈춰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