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노리미트 비판을 다시 생각한다: 타이완에서 온 목소리

大家好,

Hi everyone,

모두들에게 



저는 타이완의 B입니다. 2017년, 저는 노리미트 서울에 참여했고, “성노동도 노동이다"라는 이벤트를 주최했습니다. 노리미트 서울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논쟁에 대해 호스트 걸로서의 제 생각과 느낌을 말하기 위한 만화책을 만들었구요. 만화에 담긴 제 목소리가, 당시의 충돌을 멈출수 있길 바랬습니다. 




 


하지만, 2년이 지났고, 제 노력은 실패했습니다. 충돌은 계속되고 있고, 이 충돌에서 여러 수준으로 상처받은 사람들은 서로 소통하지 못하고, 상처와 트라우마는 치유되지 않았습니다. 영화제에서 D에게서 일어난 일과 그에 대한 노리미트를 비판하는 그룹의 답변에 대해 들었을때, 저는 부당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동시에 저는 대만에 살고, 그래서 한국어/일본어를 읽지 못하는 사람으로서 사태를 충분히 알지 못한다는, 그렇기에 제가 뭔가 말하는 것이 또다른 트라우마를 만들지도 모른다는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2017년과 마찬가지로 저는 단지 지리적/언어적 거리가 만들어내는 이해의 수준때문에 입을 다물고 있을수는 없습니다. (심지어 저는, 제 스스로가 사실 이 모든 충돌을 만들어낸 보이지 않는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만약 제가 그당시 호스트 걸로서 일본친구들의 일상에 나타나지 않았더라면, 그들은 걸즈바라는 제안을 하지 않았을 것이고, 그 모든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입니다.)



저는 모두에게 질문을 던지고 답변을 요구할 의무, 이 논의에 참여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저는 다른 나라의 노리미트 참가자들이 이해하고 논의에 참여할수 있도록, 앞으로의 논의가 한국어와 일본어를 제외한 다른 언어로도 제시되길 바랍니다. (중국어가 아니라면 영어라도요.) 제가 페이스북 사용을 그만둔 상태이고, 호스트걸로서의 정체성을 드러내지 못하는 상황이므로 저는 이 글을 제 계정으로 올리지 못합니다. 또한, 제가 아는 한 중국어로 가장 자세히 상황을 설명한 것이 D의 성명 (5월 1일)이므로, 저는 제 생각을 D의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리는 한편 관련된 그룹들에게 메일로 보내고자합니다. 소통을 위해서요. D가 그렇듯이 저 또한 더 큰 상처를 내기 위해 이 글을 쓰는 것이 아닙니다. 누적되는 논쟁과 오해를 멈추고 문제의 본질을 명확히 하는데 도움이 되고 싶습니다.  



다음과 같은 D의 말들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언제라도 잘못된 판단을 할수 있다는 걸 전제로 일어난 일을 제대로 성찰하고, 그 와중에 개개인이 불가피하게 입은 상처를 케어하며, 그렇게 운동의 참조점을 만들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설령 트라우마와 상처로 인해 당장 대화가 불가능하다고 해도,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과 같은 무원칙적인 피해/트라우마의 연쇄는 멈춰야한다고 생각합니다.”



D가 “강간문화/가부장제"의 가담자라는 식의 비난을 받은 것을 알았을 때, 저는 분노와 좌절, 그리고 걱정이 뒤범벅된 기분이었습니다. 대체 무슨 일인가 알고 싶었구요. 저는 2017년 노리미트 서울기간에 D를 만났습니다. 그녀는 제게 연락했고 저의 호스트걸로서의 이야기를 친근하게 들어주었습니다. 당시의 논쟁을 그녀 나름대로 이해하기 위해 노력중이라는 이야기를 들려주었구요. 하지만 지금 그녀는 “강간문화와 가부장제"의 일부가 되었습니다. 단지 노리미트 서울에 참여하고 이벤트를 주최했기 때문에요. 이는, 마찬가지로 노리미트 서울에 참가하고 이벤트를 주최한 저또한 “강간문화와 가부장제"의 일부라는 것일까요? 노리미트 서울 참가자들은 모두가 “강간문화와 가부장제”의 가담자가 되는 것입니까?



저는 제 질문을 두가지로 나눠서 하고 싶습니다. (1) 2018년의 배제; D는 영화제에서 나가달라는 요청을 받았습니다. 누군가 그녀를 보이코트해야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2) 2017년부터의 보이코트: 노리미트 비판그룹은 노리미트 참가자들 중 몇명을 향해서만 보이코트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1)2018년의 배제


우선, 영화제의 주최측 (한국그룹)이 특정한 상황에서, 그들의 동료를 보호하기 위해 D에게 나가달라고 요청한 것은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D에게 나가달라고 말하는 과정에서, 여러가지가 제대로 고려되지 않았다는 것, 그래서 D가 모멸감을 느끼고 폭력을 당했다고 느꼈다는 것 또한 이해할수 있지 않습니까? D가 성명에서 말하고 있듯이, 그에 대해 사과 할 수 있었던 것 아닐까요?



둘째로, 주최측은 D가 “강간문화 및 가부장제"의 가담자라는 듯한 답변을 보냈습니다. 이는 지나친 비난이라고 생각하지 않으세요? 제게 있어서 강간문화/가부장제의 가담자라는 것은 심각한 비난입니다. 만약 제가 그런 답변을 받았다면, 저역시 모욕감과 부당함을 느꼈을 것입니다. 만약 D가 정말로 강간, 혹은 가부장제와 연관된 무언가를 했다면, 그게 뭔지 알고 싶습니다. 단지 그녀가 노리미트 서울에 참가하고 이벤트를 주최했기 때문에 그런 말을 듣는다면, 저는 묻고 싶습니다. 왜 노리미트 비판그룹은 단지 몇몇 사람만을 보이코트하고 다른 사람과는 여전히 관계를 유지하나요? 



(2)2017년부터의 보이코트


위의 질문은, 보이코트를 전면적으로 하라는 말이 아닙니다. 다만, 현재의 보이코트 방식이 문제적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정말 묻고 싶은것은 따로 있습니다. 몇몇 개인과의 소통을 거부하는 보이코트가 정말로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됩니까? 저는 1월 13일 평창올림픽반대연대가 D에게 보낸 문서의 다음과 같은 내용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갈등의 발단이 된 노리미트 행사의 성희롱 발언 및 집단괴롭힘 문제가 발생한지 상당한 기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해결된 바는 없으며, 피해자는 여전히 본국으로 돌아가기 힘든 상황입니다. 문제제기자들과 연대자들의 상황 역시 나아진 것이 없는 상태에서 마치 모든 갈등이 해결된 듯이 문제를 덮고 넘어가는 것은 평창올림픽반대연대가 공동으로 지향하는 바와 맞지 않습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최초의 문제가 제대로 소통되어야, 그 사이에서 발생한 트라우마가 치유될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추상적인 진술들 대신, 좀더 구체적인 상황을 알고 싶습니다. 2017년의 피해자는 당시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누군가에게, 무엇인가를 원하고 있습니까? 2017년 당시의 소통의 노력과 사과가 피해자에게 전혀 소용이 없었다면, 그 노력/사과가 받아들여지지 않은 이유는 무엇입니까? 이 2년간 다양한 수준에서 상처를 받은 모든 이들이, 배제의 위험 없이, 생각과 기분을 말해도 될까요? 


저는 소통을 거부하는 보이코트가 문제해결의 가능성을 질식시키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친구들 사이의 균열을 깊게 만들고, 더 많은 상처를 만든다구요. 가능하다면 저는 보이코트를 그만두고, 함께 해결의 방법을 찾기를 바랍니다.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지 않는 방식으로요. D가 말하듯, “트라우마나 상처가 깊어서 지금 당장 대화가 되지 않을지언정, 근거없는 불안과 배제로 피해/트라우마의 연쇄를 낳는 악순환은 여기서 멈출수 있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모두에게서 답을 듣길 희망하며 제가 이 글에서 제기하는 질문들과 우려는 D의 질문/생각과 겹치는 것도, 다른 것도 있습니다. 저는 토론에 참여하는 모두가 비난과 인신공격을 멈추길 희망합니다. 더 큰 상처를 만들지 않기 위해서요. 제가 무엇인가 잘못된 것을 말했거나, 제게 동의하지 않는다면, 부디 답해주세요.     



B

2019.7.31